나이키 창업자 필나이트 자서전 슈독 그리고 스타트업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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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 나이키 그리고 필 나이트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가 직접 작성한 본인의 자서전이자 나이키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려주는 책. 24세의 젊은 나이에 아무 것도 없이 오니즈카 타이거의 신발 10켤레를 가져다 미국에 파는 작은 유통업체로 시작하여 현재의 시가총액 200조의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회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필 나이트의 기억과 관점으로 서술한 자서전. (사실 아무것도 없다고 하기엔 필 나이트는 나이키를 설립하기 전 오리건 대학교의 달리기 육상선수로 있었고 이후 스탠포드에서 MBA를 받기도 했다 - 부모님의 사랑과 좋은 가정교육이라는 운과 축복이 있었다는 것)

읽으면서 떠오른 여러가지 생각들을 크게 3가지 주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 현실적인 기업의 성장과정
  2. 스타트업의 성공에 필요한 요소
  3.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

나이키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기업의 성장과정

나이키의 현실적인 성장과정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은 나에게 꽤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 이상주의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는 나에게 나이키 급의 회사라면 기업을 설립할 때 부터 많은 자본금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고 (본인 돈이든 투자받은 돈이든) 동시에 어떠한 천재적인 인재가 있어 엄청난 퀄리티를 가지는 제품/서비스를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여야 하고 세일즈/마케팅의 능력자가 존재해서 이들의 모든 시너지를 통해 별 탈 없이 승승장구하여 기업을 성장시켜 나갔을 거라고 생각 했었다. 몇 가지 부분에서 확실히 나이키는 엄청난 경쟁우위(공동 창업자였던 미국 올림픽 육상코치인 빌 바우먼의 존재, 창업자 필 나이트가 대학교때 육상선수라는 이력을 가졌던 것과 이로 인해 갖고 있었던 네트워크)를 가지고 시작하긴 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내가 갖고 있는 기업의 성장과정에 관련된 이상적으로 치우쳐진 멘탈모델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고쳐질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나이키의 성장과정에서 볼 수 있는 의외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파트타임 창업자/공동 창업자
    • 창업자가 돈이 없어 꽤 오랫동안 풀타임으로 다른 일을 하며 그 돈으로 회사에 투자하고 나이키 업무는 파트타임으로만 참여. (심지어 나이키가 망할까봐 회계사자격증인 CPA를 따서 4대 회계법인 중에 하나인 PriceWaterhouseCoopers, PWC에 들어가서 꽤 오랜기간 일함)
    • 공동창업자는 미국 육상 올림픽 대표 및 오리건 대학교의 육상팀의 코치로서의 본업이 있어서 회사를 운영하는데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단, 나이키의 시그니처인 코르테즈 및 와플 밑창이라는 혁신적인 신발들의 개발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다.)
  2. 외부 펀딩이 없음
    • 나이키 설립년도인 1972년에 스타트업에 펀딩을 해주는 벤처캐피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창업자의 아버지가 빌려준 돈, 친구의 부모님의 돈, 친구의 돈, 은행을 통해 운용자금을 해결하면서 사업을 영위.
  3. 먼저 팀을 결성하지 않음.
    • 초기에는 필 나이트의 1인 스타트업처럼 시작했고 이후 빌 바우먼이 공동창업자로 합류하고 나머지 중요한 인원들은 회사가 성장하고 업무가 많아짐에 따라 본인 인맥 혹은 공동창업자의 인맥을 통해서 합류하게 됨.
  4. 본인들만의 제품이 존재 하지 않았음.
    • 나이키는 5년 이상 오니즈카 타이거와 미국판매 계약을 맺고 오니즈카 타이거 런닝화만 판매하여 성장한다. 이후에 오니즈카 타이거와의 관계가 안좋게 변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자체적으로 생산공장과 계약을 맺고 나이키라는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신발을 생산하여 판매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성공에 필요한 요소

기존에 내가 구축해 놓았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최소조건들을 기반으로 나이키의 스토리에서도 스타트업의 성공에 필요한 조건들을 추출해 볼 수 있었다.

첫번째,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제품/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사람(빌더, CTO)과 유저와 대화를 하고 제품을 알리고 판매를 성사시키는 사람(세일즈맨, CEO)이 있어야 한다. 애플의 워즈니악/잡스처럼 2명이서 각 역할을 나눠서 수행할 수도 있고 일론머스크 처럼 두 역할을 혼자서 수행할 수도 있다. 나이키에서 빌더는 공동 창업자로 있었던 바우먼이었고 세일즈맨은 필 나이트였다.

두번째, 적어도 창업자들은 판매하는 제품/서비스에 애초부터 자연스럽고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필 나이트의 경우에는 본인이 대학교 육상선수로 뛰면서 런닝화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현재와 다르게 런닝이란것이 트렌드가 아니었을때부터 런닝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바우먼 코치의 경우에는 나이키 창업 이전부터 본인이 직접 성능좋은 런닝화를 만들기위해 밑창은 어떻게 되야 하고 디자인은 어때야 하는지를 엄청나게 고민하고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 선수들에게 신기고 신발의 성능을 파악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세번째, 일반대중이 타겟이 아니라 특정 전문그룹을 타겟으로 제품/서비스의 판매를 시작해서 그 곳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그 이후 스케일업을 통해 타겟을 확장해야 한다. 즉, 마케팅 분야에서 굉장히 유명한 비유처럼 우선은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서 연못이 넘치게 하고 그 이후에 조금 더 큰 연못으로 옮겨가야 한다. 애플이 맨처음 만든 애플1은 대중을 대상으로 판매하지 않았다. 그 당시 퍼스널 컴퓨터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때,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커뮤니티에서 주로 판매를 하고 그 곳에서 인정을 받았다. 페이스북도 잘 알다시피 처음부터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하버드대학교의 몇몇 학생들로 시작하여 하버드 대학교로 퍼졌고 그 이후 다른 대학교에 있는 친구들이 연락이 와서 한개 두개씩 다른 대학교로 퍼지게 되었다. 나이키가 맨 처음 창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런닝화라는 것은 지금처럼 일반사람들이 신는 것이 아니라 육상선수들이 신는 전문화된 신발이었다. 그래서 나이키도 육상선수들을 대상으로만 판매를 하였다. 그러다가 육상선수의 런닝화에서 테니스선수, 농구선수의 신발로 확장하였고 더 나아가서 일반 대중이 신을 수 있는 런닝화로까지 확장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

필 나이트의 슈독에서 보여지는 도전적인 삶의 방식을 읽으면서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 안정성을 추구하게 되면 다른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5년 동안만 고생하면 그 이후에는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는 정해진 미래가 있고 그런 삶을 살거냐고 묻는다면 고민의 여지 없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런 삶을 살겠다고 어렵지 않게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상대적인 안정성을 포기하고 다른 일에 온전히 도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질은 이기적 유전자가 개별 개체의 생존과 행복에는 관심이 없이 해당 종족의 번영만을 목표로 진화해 나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즉, 생태계 안에서 성공하는 기업을 꾸준하게 만들어내 전체 경제를 번영시키는게 제1의 목표이고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개별 기업의 생존과 행복은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을 성공시키도록 구조를 변경하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이러한 역학관계를 제대로 인식한 후에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이 본인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 나이트가 이것을 인식하고 나이키를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당연히 행운도 많이 따라줬지만, 그의 패기와 추진력 그리고 그가 가진 다른 우수한 자질과 능력들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힘들어도 포기 않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현실을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비관론자보다 현실이 약간 왜곡되더라도 희망과 꿈을 갖고 사는 낙관론자로 사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삶의 방식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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